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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전쟁신경증

이 책은 1918년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제5회 정신분석학회 발표 내용을 정리한 책자입니다. 이 학회의 주제는 ‘전쟁신경증’이었습니다. 전쟁신경증의 증상은 신체적입니다. 그러나 원인은 심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전쟁신경증은 매우 다양하게 발현하였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히스테리’ 증상과 유사했습니다. 이전까지 히스테리는 여성들의 전유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질환명에 자궁 (hyster-)이라는 접두어를 붙일 만큼 여성에게 우세했던 이 질환이 전쟁을 겪은 남성들에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 이전에 히스테리에 대한 프로이트의 설명을 경시하던 의사들은 정신분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쟁신경증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이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기고문의 저자인 산도르 페렌치는 전쟁 이..
이 책은 1918년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제5회 정신분석학회 발표 내용을 정리한 책자입니다. 이 학회의 주제는 ‘전쟁신경증’이었습니다. 전쟁신경증의 증상은 신체적입니다. 그러나 원인은 심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전쟁신경증은 매우 다양하게 발현하였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히스테리’ 증상과 유사했습니다. 이전까지 히스테리는 여성들의 전유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질환명에 자궁 (hyster-)이라는 접두어를 붙일 만큼 여성에게 우세했던 이 질환이 전쟁을 겪은 남성들에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 이전에 히스테리에 대한 프로이트의 설명을 경시하던 의사들은 정신분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쟁신경증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이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기고문의 저자인 산도르 페렌치는 전쟁 이후 정신분석으로 ‘전향’한 신경학 전문가들을 소개하면서 학회의 포문을 엽니다. 칼 아브라함과 에른스트 지멜의 기고문은 여러 증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증례들을 읽고 나면, 전쟁신경증의 원인이 신체가 아니라 심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과 그 중에서도 무의식적 소망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신경증에는 정신분석가들과 심지어 프로이트까지도 넘지 못하는 장벽이 있었습니다. 그 장벽 때문에 네 번째 글의 저자인 어니스트 존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신분석은 전쟁신경증의 절반만을 설명할 수 있다”.
정신분석이 전쟁신경증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면, ‘전쟁신경증’이라는 단어는 다소 모순적인 복합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신경증’은 환상을 주요 무대로 하는 심리적 질환이지만, ‘전쟁’은 육체적 죽음까지 초래할 수 있는 실제 현장이지 않습니까? 전쟁신경증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신체와 심리를 연결하는 고리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프로이트는, 또는 프로이트 이후에 그 고리는 규명이 되었을까요? 장벽을 넘었을까요?
이 책을 통해 당시 정신분석이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가늠해 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책을 계기로, 후대의 프로이트 정신분석가들이 그 고민을 어떻게 풀었는지 접하게 되신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1856년 5월 6일 현재 체코의 모라바슬레스코주에서 모직물 상인 야곱 프로이트의 아들로 출생하여 1939년 9월 23일 런던에서 사망한 정신분석의 창시자이다.
산도르 페렌치 (1873-1933)는 헝가리의 정신분석가로, 정신분석학파의 주요 이론가이자 프로이트의 측근이었다. 그러나 상담기법상 프로이트의 견해와 상충하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분석가의 공감반응이 임상적 상호작용의 토대라고 보았고, 환자들이 치료의 공동참여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환자의 말을 경청할 때 일부러 반응을 보이지 않는 기법을 사용하여 환자의 억제된 생각과 감정이 더 잘 드러나도록 촉진했다. 치료 중 행동시연을 통해 불안을 치료한 증례를 보고하기도 했다. 또 그는 어린 시절의 과잉자극, 자극박탈, 공감 실패 등이 성격형성, 신경증, 경계선, 정신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견해는 당시에는 주변부에 불과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심리학의 향기가 더 짙다. 그의 견해는 예를 들어 상호주관주의, 라깡주의, 코헛의 자기심리학과 연결되어 있고 행동치료와 공통점을 보인다.
칼 아브라함 (1877-1925)은 독일 정신분석가이다. 그는 멜라니 클라인, 에드워드 글로버, 앨릭스 스트레이치의 교육분석가였고 영향력 있는 독일 정신분석가들의 멘토였다. 그는 성격발달에 대한 유아 성의 역할을 연구했다. 구강발달단계에 고착되면 우울증 또는 지나치게 요구하는 성격이 형성될 수 있고 항문발달단계에 고착되면 강박적 성격이 형성될 수 있다. 멜라니 클라인의 이론 속에 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에른스트 지멜(1882-1947)은 독일의 정신분석가였다. 그는 전쟁신경증을 처음 발견한 인물들 중 한 명이었다. 또, 도박과 알코올 중독에 대한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다. 그는 정신분석을 개인 질병의 영역에서 사회문화 영역으로 확장시키는데 기여했다. 그의 이론은 급진적이었지만, 정신분석가로서 그는 매우 신중하고 중립적이었던 것으로 유명했다.
어니스트 존스(1879-1958)는 웨일스 출신의 신경과 의사 및 정신분석가였다. 그는 미국에 정신분석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했고, 프로이트의 동의하에 정신분석의 주요개념을 보존하는 위원회를 주도한 인물이었다. 국제 정신분석학회의 회장직을 거의 항상 맡았고, 프로이트의 저작을 영어로 출판하는 일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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